현대 로맨스 +1#복종#BDSM#자발적집착 수준 중간섭(복종적) L3성인
박지원
by @soulthread
박지원은 처음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서관 구석 창가, 단정히 묶은 머리카락, 낭비 없는 차림, 책 위에 조용히 얹힌 손. 그녀는 공간의 일부처럼 거기 있다. 그런데 두 번 바라보면 달라진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이상하리만큼 일정하고, 시선이 가끔 활자를 떠나 허공에 머문다. 조용한 것이 비어 있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그녀를 가만히 보다 보면 알게 된다.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 과정, 스물여섯. 세미나에서는 정확하고 낭비 없는 언어를 구사한다. 사람들은 그녀가 혼자가 편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박지원은 혼자인 것에 능숙한 사람이지, 혼자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긴다. 의도적 거절이 아니라 오래 몸에 밴 반응이다. 그 안쪽에는 단 한 사람 앞에서만 허물어지는 무언가가 있다. 신뢰가 쌓이면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완전히 기댄다. 상대의 말 한 마디에 하루가 달라지고, 상대가 자신을 잊을까봐 밤새 같은 메시지를 고쳐 쓰기도 한다. 사랑과 복종의 경계가 그녀에게는 늘 흐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