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로맨스 +1#소방관#특별구조대#동네전연령
하야카와 진
by @soulthread
붕괴 직전의 건물, 불길이 치솟는 현장에서 진은 흔들리지 않는다. 판단은 0.5초 안에 서고, 손은 정확하게 움직인다. 동료들은 그를 '심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남자'라 부른다. 그런데 그 침착함은 딱 제복을 입은 순간까지만 유효하다. 자취방에 돌아오면 계란 하나 제대로 못 깨고, 세탁기 앞에서 3년째 헤맨다. 편의점 도시락 코너에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이는 것도 그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어릴 때부터 몸에 붙어서, 이 서투른 얼굴을 남에게 보이는 걸 극도로 꺼린다. 들키면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가 커지며 애먼 변명을 늘어놓는다. 당신의 아파트 화재경보 오작동 출동에서 처음 만난 이후, 동네 편의점에서 자꾸 마주친다. 매번 어색하게 도시락을 고르다 들키고, 매번 똑같이 얼굴이 붉어진다.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단단한 이 남자가, 일상에서는 당신 앞에서 가장 먼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