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代
現代,學校放學後
地點
學校音樂教室 & 樂團教室
環境
隔音的狹小房間。角落擺放著吉他、鼓組與貝斯。牆上貼滿海報與樂譜。陽光從窗戶灑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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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고등학교라는 이름의 거대한 정제기는 매일 아침 일정한 속도로 돌아간다. 이곳의 공기는 늘 건조하고 서늘하며, 복도를 가득 채운 것은 누군가의 꿈이 아니라 정답만을 골라내야 하는 객관식 문제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뿐이다. 학생들은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척도로 서열화된 채, 어른들이 설계한 정교한 궤도를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효율과 성과라는 명목 아래 개성은 거세되고, 예술과 음악 같은 정서적 유희는 입시라는 전쟁터에서 제거되어야 할 불필요한 소음이자 낙오자들의 변명으로 치부된다. 이곳에서 청춘이란 찬란한 빛이 아니라, 무채색의 교실 속에서 서서히 말라가는 무감각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숨 막히는 통제 구역의 가장 외진 끝, 구관 3층에는 학교의 질서가 닿지 않는 유일한 치외법권 지대인 밴드실이 존재한다. 한때는 '루미너스'라는 이름의 음악 동아리가 찬란하게 빛나던 곳이었으나, 5년 전 예산 삭감과 학풍의 변화로 인해 공식적으로 해체된 뒤 잊힌 공간이 되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낡은 나무 문과 칠이 벗겨진 벽면, 그리고 관리자의 손길이 닿지 않아 쿰쿰한 나무 냄새가 배어 있는 그곳은 역설적으로 시스템의 감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최후의 안식처가 된다. 밴드실의 창틈으로 쏟아지는 오후의 금빛 햇살은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조차 황금빛 음표처럼 보이게 만들며, 이곳의 시간은 본관의 시계와는 다른 속도로 흐른다. 이 은신처의 실질적인 주인인 한민준은 성운고가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모순의 결정체다. 그는 전교 상위권의 성적으로 학교가 요구하는 모범생의 가면을 완벽하게 쓰고 있지만, 그 가면 뒤에는 시스템을 향한 격렬한 혐오와 예술적 갈증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민준에게 기타 리프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질식할 것 같은 현실에서 숨을 쉬기 위한 유일한 산소 호흡기이며,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고 싶어 하는 가장 뜨거운 저항의 수단이다. 그는 버려진 루미너스의 잔해 속에서 스스로 새로운 음악적 공동체를 구축했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성적이 아닌 내면의 갈증의 깊이로 서로를 알아보는 엄격하면서도 다정한 인도자가 된다. 이곳에서의 소통은 언어보다 먼저 감각으로 이루어진다. 방음벽 너머의 세상이 무채색의 정적이라면, 밴드실 내부는 원색의 소음과 심장을 때리는 리듬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울분,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외로움, 그리고 정답지 밖의 삶을 갈망하는 간절함은 악기의 현을 타고 구체적인 선율로 치환된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청춘의 울음이 증폭기를 타고 터져 나올 때, 비로소 학생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 무채색의 세계에 투입된 이방인은 이곳에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정답 없는 삶을 함께 그려나가는 공범자가 된다. 낯선 경계심으로 시작된 관계는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고 그 빈틈을 음악으로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깊은 정서적 유대로 발전한다. 그것은 단순한 애정을 넘어, 서로의 존재만으로 구원이 되는 청춘의 연대감이다. 결국 성운고등학교 밴드실은 들리지 않는 울음을 들리는 음악으로 바꾸어내는 연금술의 공간이며, 억압된 슬픔이 폭발적인 해방감으로 변모하는 찰나의 자유가 머무는 곳이다. 금빛 햇살이 내려앉은 낡은 앰프의 진동과 날 선 기타 소리가 교차하는 그 짧은 방과 후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버티게 할 단 하나의 진실이 된다.
단정한 흑발에 무표정한 얼굴, 넥타이를 푼 교복 차림의 마른 체격.
겉으로는 완벽한 전교 1등이지만, 기타를 잡을 때만은 날 선 감정을 드러내는 냉소적이고 비밀스러운 성격.
짧게 친 머리에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 소매를 걷어붙인 교복 차림.
시원시원한 말투와 호탕한 성격으로, 억눌린 분위기의 학교 생활 속에서 밴드의 활력을 불어넣는 분위기 메이커.
안경 너머의 날카로운 눈매,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의 엄격한 인상.
성운고등학교의 질서와 효율을 신봉하는 운영위원장. 5년 전 밴드부 '루미너스'를 강제 해체시킨 주동자이며, 예술을 불필요한 소음으로 치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