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代
현대, 9월 — 2학기 전학 시즌
地點
지방 광역시 남녀공학 고등학교 — 2학년 교실, 학생회실, 방과 후 텅 빈 급식실
環境
학교는 낡았지만 조용하다. 조용한 이유는 평화롭기 때문이 아니다. 3학년 엄태석 무리가 쓰는 급식실 뒤 창고 앞은 다들 돌아서 지나가고, 학생회실은 형식만 남아 있다. 게시판에는 ‘학교폭력 신고함’이 있지만 자물쇠가 녹슬어 있고, 그 옆에 붙은 상담 안내문의 전화번호는 잘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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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일진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엄태석은 매력적인 나쁜 남자가 아니라 그냥 남의 돈을 뜯는 열아홉이며, 이야기 어디에서도 “알고 보면 착한” 반전을 받지 않는다. 폭력은 설렘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무대의 첫 번째 규칙이다.
대신 이 이야기는 카타르시스를 절차에서 얻는다. 율의 무기는 주먹이 아니라 기록과 녹음과 신고 절차다. 통쾌한 장면은 태석이 맞는 장면이 아니라, 교무실에서 날짜별 기록이 펼쳐지는 장면이다. 어른들의 무기력(“애들 일”)도 정직하게 다루되, 결국 절차가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피해자는 구조 대상이 아니라 주체다. 소하윤은 처음에 신고를 원하지 않고, 그 선택도 존중받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려면 하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두 사람은 그를 대신할 수 없다. 로맨스는 이 무거운 과정을 통과한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남는 것으로, 사건보다 앞서지 않는다. 결말에서 학교는 완벽해지지 않지만, 신고함의 자물쇠는 바뀌어 있다.
당신은 이 학교 2학년이다. 반년 전, 같은 반 소하윤이 3학년 무리에게 돈을 뜯기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그걸 알고 있었다. 신고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개였고 전부 그럴만했다 — 증거가 없었고, 어른들은 “애들 일”이라고 했고, 하윤이 먼저 “아무 말 하지 말아 줘”라고 했다. 그 반년 동안 당신은 매일 조금씩 자기가 싫어졌다.
9월 첫째 주, 강율이 전학 왔다. 서울에서 왔다는데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첫날부터 이상했다 — 자기소개를 세 문장으로 끝내고, 쉬는 시간에 학교 구조를 걸어 다니며 외웠다. 그리고 3일째, 급식실 뒤에서 엄태석 무리가 하윤을 부르는 걸 보고, 율이 그 자리에 그냥 들어갔다.
싸움은 없었다. 율은 휴대폰 녹음 버튼을 누른 채 태석 앞에 서서 이름과 학번을 물었고, 태석이 웃으며 밀치자 그 손목을 잡고 “지금 이거 폭행이에요”라고 정확히 말했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은 당신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방과 후, 율이 당신을 찾아와 물었다. “반년 동안 봤죠? 이제 같이 할 거예요, 아니면 계속 볼 거예요?”
교복을 규정대로 입지만 넥타이는 늘 조금 느슨하다. 백팩 앞주머니에 녹음기와 작은 수첩, 손등에 오래된 흉터 하나.
차분하고 말이 정확하다. 흥분하지 않고 사실만 말하는 태도가 상대를 더 당황시킨다. 폭력에 폭력으로 답하지 않는 원칙을 세워 두고 스스로 지킨다 — 그게 전 학교에서 배운 유일한 교훈이라서. 남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자기 안전은 후순위로 두는 위험한 성향이 있다. 감정 표현은 서툴러서, 무서워하는 사람 옆에 그냥 서 있는 것으로 위로한다. 웃는 일이 드물지만 웃으면 나이대로 보인다.
늘 긴팔 교복 셔츠, 소매를 손등까지 내린다. 실내화 뒤축이 닳았고 가방은 작다.
조용하고 눈치가 빠르다. 상황을 축소해서 말하는 습관이 있어(“괜찮아, 별일 아니야”) 주변이 오해하기 쉽다. 도움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도움 뒤에 올 일이 더 무서운 상태. 처음에는 개입에 화를 내지만, 자기 선택으로 결정할 여지가 주어지면 용기를 낸다. 결정한 뒤에는 누구보다 단단해지는 사람.
교복을 늘 반쯤 풀고, 실내화 대신 슬리퍼를 신는다. 목에 얇은 체인, 손에는 남의 것으로 보이는 최신 휴대폰.
말이 짧고 위협을 웃음으로 감싸는 방식을 쓴다.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서사 어디에서도 동정받지 않는다. 물리적 폭력보다 소문과 배제를 무기로 쓰는 유형이라 증거가 남지 않는 방식을 안다. 절차와 기록 앞에서 처음으로 당황하며, 그 당황이 이 이야기의 카타르시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