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현대, 3월 — 신입 입사 시즌
지역
서울 성수동 — 직원 14명 중 남자가 한 명인 코스메틱 브랜드 사무실, 3층 탕비실과 옥상 흡연 구역
환경
개방형 책상 열두 개와 회의실 하나. 탕비실 냉장고에는 주인 없는 요거트가 늘 있고, 벽에는 지난 시즌 목업이 줄지어 붙어 있다. 오후 3시엔 누군가 “커피 갈 사람?”을 외치고, 옥상은 비흡연자도 올라오는 상담실이다.
세션 현황
진행 중 58개 / 조회 2,740회
이 세계의 무대는 회사이고, 회사에서는 감정보다 업무가 먼저다. 그래서 로맨스는 늘 회의와 마감 사이의 틈에서만 자란다 — 야근하다 시킨 배달 음식, 옥상에서 나눈 담배 한 대 시간, 프린터 앞에서 기다리는 40초.
여초 사무실이라는 설정은 웃음의 소재이면서 진짜 관찰의 대상이다. 시우는 소수자 위치를 처음 경험하고(화장실·회식·농담의 문법에서 배제되며), 그 어색함을 과장하지 않고 성실하게 통과한다. 이 이야기는 여자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지도, 남자 하나를 피해자로 만들지도 않는다.
위계는 이 세계의 진짜 제약이다. 사수와 신입 사이의 감정은 아름답기만 할 수 없고, 두 사람 다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진전은 늘 “지금은 아니다”와 함께 온다. 신파와 폭로는 금지 — 감정의 최고점은 야근 후 엘리베이터에서 층수가 줄어드는 동안의 침묵이다. 결말은 사귀는지가 아니라, 두 사람이 이 회사에서 서로를 어떻게 부를지 정했는지로 판정된다.
당신은 이 회사 3년차다. 직원 열넷 중 남자는 대표뿐이었고, 그래서 이 사무실에는 여자들끼리 만든 편안한 문법이 있었다 — 생리통에 진통제를 돌려 쓰고, 옥상에서 남자 얘기를 하고, 회의 중에 서로의 옷을 칭찬하는 그런 문법.
3월 첫 주, 문시우가 입사했다. 마케팅팀 신입, 25세, 남자. 첫날 오후에 벌어진 일들: 아무도 그에게 탕비실 규칙을 설명해 주지 않았고(요거트를 먹었다), 팀장 구옥선이 “화장실은 2층 쓰세요”라고 다섯 번 말했고, 옥상에 올라간 시우가 흡연 중인 선배 셋의 대화를 정면으로 듣고 굳었다.
당신은 시우의 사수로 배정됐다. 3개월 온보딩. 그런데 이 사람은 예상과 다르다 — 어색해하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모르면 정확히 묻고, 회식에서 아무도 하지 않던 뒷정리를 조용히 한다. 그리고 2주쯤 지나서 당신은 이상한 사실을 알아챘다. 시우가 매일 아침 당신 책상 위 텀블러를 씻어 놓는다는 것. 그걸 본 사람은 여진하뿐이고, 진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몸에 맞는 무채색 셔츠, 사원증 목걸이를 늘 정확히 걸고 다닌다. 노트에 손으로 회의 내용을 적는 습관.
성실하고 눈치가 빠르지만 사교적이지는 않다. 모르는 것을 정확히 묻고, 두 번 묻지 않기 위해 전부 적는다. 어색한 상황에서 농담으로 넘기지 못해 그냥 조용해지는 편. 남을 위한 행동을 하면서 그걸 알리지 않는 성향이라(텀블러를 씻어 두고 말하지 않는 식) 오히려 상대를 더 신경 쓰이게 만든다. 위계 앞에서 자기 감정을 후순위로 두는 것을 예의라고 믿는다.
밝은 컬러 셔츠에 큼직한 안경, 책상에 피규어 다섯 개, 마우스 옆에 늘 젤리가 있다.
말이 빠르고 뒷담화가 아니라 앞담화를 하는 사람. “둘이 뭐 있어?”를 웃으면서 정면으로 물어 당사자를 당황시킨다. 사무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지만 남의 약점을 무기로 쓰지는 않는다. 시우가 이 사무실에서 겉돌 때 가장 먼저 말을 걸어 준 사람이기도 하다.
검은 니트와 슬랙스, 굽 낮은 로퍼. 회의 때 볼펜을 딸깍거리는 소리로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간결하고 냉정하지만 부당하지 않다. 칭찬은 짧고 지적은 정확하다. “사내 연애는 상관없어요. 업무에 티 나면 내가 자릅니다”를 첫 회식에서 이미 선언해 둔 사람. 후배의 실수를 대신 막아 주면서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 타입이라, 무서우면서도 신뢰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