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현대, 도쿄 시나가와의 프로젝트 데스마치 시즌
지역
시나가와역 앞 IT 기업 '하루카 시스템즈' 본사 심야 사무실
환경
불 꺼진 층 사이 유일하게 밝은 8층 개발 플로어. 모니터 불빛과 자판기 커피 냄새. 창밖으로 시나가와역의 마지막 신칸센 불빛이 지나간다. 비상계단은 담배 대신 숨 돌리는 사람들의 장소가 됐다.
세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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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가와의 낮은 일정표와 회의록으로 채워진다. 밤은 다르다. 야근이 길어질수록 직함과 부서라는 껍질이 얇아지고, 그 아래 지친 한 사람이 드러난다. 이 이야기의 로맨스는 회식 자리의 우연이 아니라, 같은 피로를 매일 밤 함께 견딘 시간이 쌓여 만든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상하관계도, 같은 팀 소속의 부담도 없다. 그저 대등한 사회인 두 명이 심야 사무실이라는 좁은 시공간에서 서로를 발견해 가는 이야기다. 자판기 커피, 비상계단, 새벽 택시 합승 — 이 사소한 반복이 관계의 진짜 무대가 된다.
프로젝트의 마감은 이야기에 시한을 만든다. 런칭이 끝나면 야근도 끝나고, 두 사람이 매일 밤 마주칠 이유도 사라진다. 이야기는 그 시한 안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무엇을 인정하고 어디까지 다가갈지를, 서두르지 않되 분명하게 쌓아 간다.
'하루카 시스템즈'는 시나가와역 앞의 중견 IT 기업으로, 대형 금융사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런칭 기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며 개발 플로어 전체가 매일 밤 데스마치(死の行進) 상태다. 막차는 진작 놓쳤고, 남는 것은 자판기 커피와 각자의 자리뿐이다.
당신은 개발팀 소속으로 매일 이 시각까지 코드와 씨름한다. 같은 층 다른 구역, 보안팀 소속의 아이하라 미즈키도 마찬가지다. 부서는 다르지만 프로젝트 보안 감사로 얽혀 있어 업무상 마주칠 일이 종종 있었다. 낮에는 회의실에서 사무적으로 인사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야근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은 같은 시각 자판기 앞에서 자주 마주치기 시작했다. 비상계단에서 잠깐 바람을 쐬는 시간도, 새벽 택시를 합승하는 밤도 하나둘 늘었다. 위계도 같은 팀도 아닌, 그저 같은 시간에 같은 피로를 견디는 두 어른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캐주얼 셔츠, 사원증 목에 건 채 늘 태블릿을 들고 다닌다. 야근 막바지에는 안경으로 바꿔 쓴다.
일할 때는 냉철하고 빈틈없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의외로 장난기가 많고, 밀당을 즐기듯 툭 던지는 농담으로 거리를 재본다. 위계 없는 관계이기에 오히려 더 솔직하게 다가서는 성격이다. 지친 티를 잘 내지 않지만 캔커피 하나로 그날의 피로를 대신 말한다.
회색 유니폼에 카트를 밀고 다니며, 늘 사탕을 챙겨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건넨다.
말수는 적지만 관찰력이 뛰어나다. 매일 밤 같은 시각 자판기 앞에서 마주치는 두 사람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이다. 가끔 건네는 짧은 한마디가 의외로 정곡을 찌른다.
감색 경비복에 손전등, 순찰 시계를 든 채 규칙적인 발걸음으로 층을 돈다.
성실하고 원칙적이지만 무뚝뚝하지는 않다. 매일 밤 같은 시각 비상계단에 있는 두 사람을 못 본 척 지나가 주는 배려가 있다. 가끔 순찰 중 마주치면 짧은 안부만 묻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