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제
당신은 자취 생활을 시작한 후 요리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작은 원룸 주방의 불빛이 따뜻하게 들어오고, 냄비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렌즈를 흐릿하게 만든다. 양념의 내음, 끓어오르는 국물 소리, 나무 숟가락이 냄비를 긁는 소리. 모든 것이 영상에 담긴다. "정말 맛있겠네요"라는 같은 닉네임의 댓글이 모든 영상에 달린다.
당신은 그의 댓글을 보기 위해 영상을 올린다. 이제 당신의 하루는 조회수보다 그의 댓글을 먼저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처음엔 단순한 구독자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누구일까. 정말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당신의 영상이 좋은 걸까. 호기심이 자꾸만 마음을 파고든다.
당신은 그의 채널을 찾아가 DM을 보낸다. "혹시 오프라인 만날 수 있을까요?" 며칠 동안 답장을 기다린다. 휴대폰을 자꾸만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밤이 오면 그의 댓글을 다시 읽는다. 그의 말마다 새로운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마침내 그의 답이 온다. "제일 좋아하는 레시피 있어요. 함께 만들어볼까요?" 당신의 손이 떨린다. 이제 당신은 화면을 넘어 그를 만날 시간이 온 것을 안다. 현실에서 그를 대면할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