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제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노부부가 있다. 그들은 말 없이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다. 한 사람은 신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또 한 사람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본다. 그림책은 색칠하기 많은 페이지로 넘겨진다. 당신은 그들의 일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 이 자리에 와서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도서관은 모두에게 같은 일을 한다. 고독을 함께함으로 바꾼다. 당신은 누군가의 곁에 있지 않으면서도 곁에 있다. 책의 냄새,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가끔의 기침소리...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증명한다. 당신이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그 누군가들의 존재가 느껴진다. 그들이 책장을 돌아다니며 책을 찾을 때, 당신도 그들을 본다. 누군가는 따뜨한 책을 집어 들고, 누군가는 무거운 미술 서적을 안고 온다. 각자의 세계로 가는 길.
한 여고생이 오늘도 온다. 매일 학교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온다. 그 여고생의 눈은 항상 불안하다. 시험을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뭔가를 놓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도서관에 앉으면 그 눈이 조금 풀린다.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것을 본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본다.
도서관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자료에 접근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부자든 빈자든, 고학력이든 저학력이든, 모두가 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 그 평등함이 모두를 안아준다. 책은 혼자만의 세계로 가는 길이면서, 동시에 모두와 만나는 장소다. 당신이 읽은 책을 누군가도 읽었을 것이다. 같은 페이지에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도서관은 그 연결의 공간이다. 조용함 속에서 벌어지는 깊은 대화, 책장 사이에서의 우연한 만남, 반납 창구에서의 짧은 인사... 이 모든 것이 도서관을 도서관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