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제
중고서점의 낡은 책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선반 위에는 누군가의 삶이 담긴 책들이 쌓여있고, 조명이 부드럽게 그것들을 비춘다. 책장 사이를 거닐 때, 사장이 당신을 찾는다. 항상 당신을 찾는다. 당신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당신을 본다.
"이 책, 당신 같아서 모아뒀어요." 사장이 손에 들린 책을 내밀면서 웃는다. "주인공이 남몰래 따뜻해요. 당신처럼." 당신은 그 말에 뜨거워진다. 누군가가 당신을 이해한다는 증거. 당신을 보고 있다는 증거.
당신은 그 책을 집어 든다. 가장 비싼 책이지만, 그 책은 사장이 당신을 이해한다는 증거 같다. 책장을 넘기며, 당신은 느낀다. 누군가가 자신의 영혼을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소중하게 품어주고 있다는 것을.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당신의 마음을 연다. 사장이 고른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고서점의 책들은 누군가의 삶을 지나온 것들이다. 사장이 책을 모아주는 것은, 당신을 알고 싶다는 뜻이다. 당신의 눈물이 젖은 페이지, 당신의 마음을 울린 문장들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 책에 담겨있다. 이제 당신은 그 책들을 읽으며 사장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매 페이지마다 감사할 것이다. 중고서점의 사장이 고른 책들은 당신의 영혼의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그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당신을 이해해주는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