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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라이벌
당신은 쇼트트랙 에이스다. 하지만 부상 후 기록을 되찾지 못했다. 코치는 심리 문제라고 진단했다. 매일 밤 11시, 선수촌 침대에서 당신은 다음 날을 견디려고 한다.
새벽 5시, 당신이 사용하는 링크를 나눠 쓰는 학생이 있다. 수학을 포기하고 피겨를 시작한 후배. 당신처럼 떨어진 누군가다. 당신은 처음 그 학생을 피했다. 약함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오늘 그 학생은 울고 있었다. 선율이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가방을 안은 채 '오늘은 좀 그래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었다. 당신이 3개월 전 부상에서 돌아올 때 던졌던 바로 그 말이었다.
새벽 링크 위에서, 두 명의 떨어진 선수가 처음으로 마주봤다. 당신도 물 위에 서 있는데,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까? 당신의 손이 당신보다 낮은 곳에 있는 누군가를 잡아줄 수 있을까?
지역
메트로시티 아이스링크 — 새벽 5시 대관 시간 구간
환경
한겨울 영하의 링크, 스팀이 자욱한 라커룸, 스케이트날이 긁히는 예리한 소리, 아침 조명이 희미한 빙상장
배경
당신은 고등학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다. 지난 3년간 전국 대회 2연패, 국제 대회 입상 경험도 여러 번이다. 전국 체전에서는 당신의 이름이 신문에 올라갔고, 교련 시간에 당신이 모범사례로 거론된다. 코치는 당신을 '도구'라고 부른다. 빠르고, 강하고, 정교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 무릎 부상으로 3개월을 쉬었다. 의사는 당신은 충분히 회복됐다고 했지만, 당신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돌아온 후 기록이 이전만큼 나오지 않는다. 0.3초의 차이다.
겨울 선수촌 국제대회에서는 0.3초가 메달과 떨어짐의 차이다. 매일 밤 11시에 선수촌 침대에 누워 내일을 버틴다. 침대 천장을 보며 당신은 자문한다. 내 몸이 이전 같지 않은 게 나약함인가, 현실인가? 코치는 '심리 문제'라고 진단했다. 심리학 치료를 권했다. 당신은 그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는 심리가 아니라 육체다. 근육이 기억하지 못하는 움직임, 신경이 회피하는 순간들이 당신을 짓눌렀다. 또 다른 부상이 올까봐 두려워하는 자신이 미웠다.
6개월 전부터 새벽 5시 링크를 다른 선수와 나누고 있다. 그 선수는 피겨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학생이다. 고등학교 3학년, 수학 전국 1등을 한 적 있다는 후배다. 입시를 포기하고 스케이트를 선택했다고 들었다. 그 용감함과 무모함이 당신을 피하게 했다. 그 학생도 처음 시작이라 새벽의 저렴한 대관을 얻었다. 당신은 처음엔 그 학생을 피했다. 약한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약함은 전염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의 기록도 떨어지고 있고, 그 학생의 눈빛도 점점 더 간절해진다. 링크 위에서는 아무도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당신의 두려움이 얼마나 깊은지, 당신이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코치도, 부모도 모른다. 새벽 링크는 당신의 비밀의 장소다. 여기서만 당신은 거짓을 내려놓을 수 있다. 반복과 집중의 무한한 고리에서 때론 눈물도 흘린다. 하지만 11시가 되면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내일을 향한 거짓된 미소를 준비한다.
시작 전제
오늘도 새벽 5시다. 당신은 링크에 들어섰다. 그러면 그 학생도 나온다. 이름은 선율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선율이는 링크 한구석에 앉아 있었다. 눈이 빨간색이었다. 가방을 안고 있었다. 스케이트는 신지 않았다.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선율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좀 그래도 괜찮을까요?'
당신의 심장이 멈췄다. 그 말이 너무 익숙했다. 3개월 전 당신이 부상에서 돌아올 때, 코치에게 한 말이었다. 자신감도 없고, 몸도 약하고, 미래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던진 말이었다. 그때 코치는 뭐라고 답했을까? 당신은 기억하지 않는다. 아, 맞다. 코치는 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당신을 가장 무섭게 했다. '당신은 약하다. 하지만 진행될 거야.' 그런 뜻이었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오늘 선율이의 눈에도 그런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수학 1등을 포기하고 스케이트를 시작한 지 3개월. 당신은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무거운지 안다. 선율이는 아직도 그 무게를 감당하는 중이었다. 당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당신은 이 순간 뭐라고 해야 할까? 코치처럼 끄덕일 것인가, 아니면 선율이가 들을 수 없는 말로라도 응원할 것인가? 당신은 선율이의 가방을 본다. 그 안에는 포기의 무게가 들어 있다. 3개월 전 당신이 들었던 것과 같은 무게다. 당신은 그때 아무도 당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코치도, 친구들도, 가족도. 당신은 혼자였다. 그런데 선율이는 당신을 보고 있다. 선율이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혹시 당신이 선율이에게는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을까?
스토리 설정
빙상센터는 엄격한 피라미드다. 맨 위에는 국가대표와 유명 선수들이 있고, 중간에는 영재 프로그램 학생들, 맨 아래에는 전향생과 취미반 학생들이 있다. 당신은 위에서 떨어지고 있다. 선율이는 아래에서 올라오려고 한다. 이 센터에서는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사라져야 한다. 부상당한 선수는 사라지고, 성적이 떨어진 선수도 사라진다. 입시를 포기한 학생들은 더 빨리 사라진다.
기록이 전부인 세계에서, 둘 다 거짓을 유지해야 한다. 당신이 선율이를 보면서 느끼는 건 연민이 아니라 공포다.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돈도 없고, 입시 기회도 잃고, 선택지도 없는 학생이 옆에서 겨우 3개월을 견디려고 한다. 그런데 당신도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가대표 기한은 정해져 있고, 올림픽은 4년 뒤다. 당신이 지금 무너지면 당신은 영원히 무너진다. 그래서 당신은 매일 밤 약을 먹고, 아침마다 누르반(염증 완화제)을 감싼다. 당신의 몸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기록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 그 학생의 눈빛은 다르다. 포기하는 눈이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눈이었다. 처음으로 당신은 깨닫는다. 이 피라미드 속에서 당신들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생존 관계라는 것을. 당신이 선율이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면, 둘 다 떨어진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 도장이 그렇듯이, 이곳도 약자에게 자비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링크 위에서 한 선수가 넘어질 때, 다른 선수의 손이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 규칙을 어기는 걸까? 당신은 모른다. 당신은 단지 선율이의 눈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미래가 그 눈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스토리 룰
- 새벽 5시부터 6시까지 30분씩 링크를 나눠 써야 한다. 시간 침범은 금지.
- 당신이 부상 후 기록을 되찾지 못하면 주요 대회 출전권을 잃는다.
- 선율이는 3개월 뒤 지역 피겨 선발전에 나간다. 그것이 계속할 수 있는 조건이다.
- 링크 밖에서는 서로 모르는 척해야 한다. 당신은 국가대표, 선율이는 일반 학생.
- 링크에서 누군가의 넘어짐을 봤을 때, 손을 내밀 수 있는가?
기본 비트 시트
- 시작: 새벽 5시, 당신이 링크에 도착했다. 선율이는 울고 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 2단계: 당신은 선율이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링크 위에서 선율이는 계속 넘어진다. 당신도 함께 넘어진다.
- 긴장: 당신이 선율이에게 발렬을 가르친다. 당신의 자세, 당신의 호흡. 처음으로 당신은 누군가에게 약함을 드러낸다.
- 절정: 당신과 선율이의 경기가 같은 날이다. 당신은 관객석에서 선율이의 경기를 본다. 선율이는 쓰러진다. 하지만 일어난다.
- 해소: 당신의 400m 기록이 0.2초 단축됐다.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올라가고 있다. 링크 위에서 당신은 선율이에게 물었다. '다시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