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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운명, 닫힌 미래
손으로 닿은 누군가의 남은 생명을 색으로 보는 저주를 안고 산 당신. 빨강은 죽음이 임박했다는 뜻이고, 황금은 오래 살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도 당신의 손을 원하지 않는다. 손장갑을 항상 끼고, 거리의 어두운 곳에서만 숨어 산 당신 앞에 나타난 것은 국사의 명령—왕국의 재앙을 막기 위해 당신의 저주를 이용하라는 것.
그곳에서 당신은 만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남자를. 당신의 손이 닿으려 해도 자꾸 비껴가는 그 사람의 정체는? 그리고 당신의 저주를 복사한 누군가가 있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을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당신이 마침내 이해하게 되는 것—자신의 삶은 절대로 누군가의 예정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 당신의 손가락은 저주일 수도, 구원일 수도 있다. 그것을 정하는 것은 오직 당신이다.
환경
밤거리 거리등이 피어나는 골목, 점성관 서가, 왕가 정원의 수로
배경
당신은 열다섯 살 때부터 저주를 안고 산다.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순간, 그의 남은 수명이 숫자와 색으로 시야에 떠오른다. 빨강은 며칠, 황금은 수십 년, 푸른빛은 백 년 이상. 어떤 사람 몸에 닿으면 '이제 3주 남았다'는 숫자가 뇌에 박힌다. 처음엔 비명을 질렀다. 점성술사 할머니는 이게 저주도, 축복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어떤 상(像)의 아이'라고만 말씀하셨다. 지금 당신은 21세. 죽음의 예감에 매장된 왕국에서 혼자 걷는다.
당신은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손장갑은 항상 끼고 있다. 시장 어두운 구석, 도서관 맨 뒤, 밤의 거리—그곳에서만 당신은 자유롭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을 피한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만지려 하면 누군가가 항상 방해한다. 마치 당신의 손이 닿으면 안 되는 존재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 6년 전, 당신은 처음으로 그 '누군가'를 느꼈다. 그것은 당신을 보호하는 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보호는 감옥이기도 했다. 당신은 자신이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왜 이 능력을 가져야 하는지 묻지 않기로 결심했다. 묻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당신에게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었다. 사람을 만질 때마다 그의 남은 날들이 숫자로 떠올랐고, 당신은 그 무게에 짓눌려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시장의 노파, 이웃의 아이, 당신을 스쳐간 모든 이의 끝을 당신은 미리 알아버렸다. 그래서 당신은 장갑을 벗지 않았고, 마음도 열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 그 사람의 마지막 날까지 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작 전제
오는 상현(上弦) 보름밤, 쿼론 왕국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관상이 나타난다. 왕은 국사(國師)에게 진상을 파악하라 명한다. 국사는 당신을 찾아온다. '당신이 본 죽음의 색을 모두 말해 달라'고. 당신이 그동안 본 것들을 종이에 나열하기 시작하자, 국사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누군가 체계적으로 왕족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누군가는 당신을 만드는 것도, 당신을 피하게 하는 것도 아닐 것만 같다. 오히려 당신의 저주를 필요로 하는 힘이 있고, 그가 궁궐 안에 있다. 당신은 그 길로 들어간다. 왕족들의 개인 거처, 그들의 침실, 그들의 기도실. 당신이 만지는 대로 죽음이 떠오른다. 하지만 한 사람만 다르다. 왕자 카르벨의 기사 옆에 선 그 남자. 당신의 손이 그에게 닿으려 할 때마다 자꾸 비껴나간다. 왜 그런가? 그런데 그 남자만은 달랐다. 당신이 실수로 그의 손에 닿았을 때, 아무 숫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그는 수명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당신은 두려움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마침내 끝을 세지 않고 곁에 둘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왜 그만 보이지 않는가. 그가 이미 운명 밖의 존재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당신의 능력이 그 앞에서만 침묵하는가.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은 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당신은 처음으로 장갑을 벗고 그의 손을 잡고 싶어진다. 끝을 세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처음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스토리 설정
쿼론은 손닿음으로 계약하는 왕국이다. 새 국왕이 즉위할 때 신관(神官)의 입김으로 국민 대표 아홉 명과 손을 맞잡으면 그것이 곧 통치 계약이다. 죽음도, 결혼도, 빚도 손으로 맺는다. 그래서 당신 같은 사람은 존재 자체가 불경(不敬)이다—당신의 손은 계약을 깨뜨린다. 하지만 누군가는 당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신을 만들기 위해 6대 가문의 혈통을 섞고, 당신을 피하는 힘까지 심어 놨다. 이제 그 누군가가 당신을 원한다. 왜냐하면 당신의 저주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누군가의 생명 수치가 0으로 떨어진 지 이미 10년이다. 점성술의 왕국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가장 큰 위협이다. 그 남자처럼 당신의 저주가 작동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왕실의 비밀 첩자이거나, 또는 금지된 마법으로 조작된 존재여야 한다. 혹은 죽음 자체. 당신은 깨닫기 시작한다. 당신이 본 것을 말하는 순간, 당신도 그 남자도 왕실의 사냥감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 세계에서 수명을 보는 능력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저주로 여겨진다. 그것을 아는 자들은 당신을 두려워하고, 왕실은 그런 능력을 이용하거나 제거하려 든다. 당신이 그 남자의 수명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것은 곧 그가 특별한 존재라는 증거가 되어 두 사람 모두 왕실의 사냥감이 될 것이다. 능력을 숨기며 사랑을 지키는 일,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불가능한 과제였다.
스토리 룰
- 당신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상대방의 남은 생명이 색으로 응축된 숫자로 시야에 떠오른다.
- 손장갑을 낀 채로는 절대 저주가 발동하지 않는다. 당신은 무조건 벗어야 한다.
- 죽음을 본 사람을 당신이 다시 건드리면, 그 죽음은 미루어진다. 하지만 그가 나중에 죽을 때, 당신도 함께 그 고통의 일부를 느낀다.
- 당신의 저주로부터 완벽히 피할 수 있는 존재가 단 한 명 있다. 그를 건드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왕국에서는 당신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호적에 기록될 수 없는 사람으로 지정되었다.
- 점성술사 할머니가 당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 '당신이 본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당신 자신의 죽음만은 당신이 정할 수 있다.'
기본 비트 시트
- 시작: 밤의 시장에서, 당신은 우연히 손장갑이 벗겨진다. 한 소년의 손목을 건드린다. 빨강. 7일.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당신의 눈을 본다. 처음으로, 당신은 누군가가 그 색깔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 2단계: 국사 에우린이 당신을 찾아온다. 당신이 지난 6년간 본 모든 죽음을 기록하게 한다. 이름과 색깔, 숫자들. 그 목록 속에서 왕족 3명, 귀족 7명이 이미 죽었거나 죽을 예정이다. 에우린의 손이 떨린다.
- 긴장: 당신은 영지로 보내진다. 왕족들의 사적인 공간에서 당신의 저주를 '검증'하라는 명령이다. 그곳에서 당신은 처음 만난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남자를. 카르벨 왕자 옆에 선 검사, 이름도 없는 기사. 당신의 손이 그에게 닿으려 해도, 자꾸 비껴간다.
- 절정: 재앙의 밤이 온다. 왕국의 핵심 인물들이 동시에 죽는다. 당신이 본 색깔들이 실제로 구현된다. 하지만 당신의 손이 닿지 않아도 그들은 죽는다. 누군가가 당신의 저주를 복사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남자는, 그순간 당신 앞에서 검은 그림자가 벗겨지는 것처럼, 얼굴이 선명해진다.
- 해소: 당신은 처음으로 의도적으로 손장갑을 벗는다. 남자의 손목을 잡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은 느낀다. 이 사람은 죽음 너머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당신을 찾은 이유는, 당신의 저주를 깨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저주에서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