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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도둑의 정체
당신은 혼자 산다. 아파트 403호. 엄마는 시골, 아빠는 멀다. 당신은 외로움을 옥상에서 키운다. 상추다. 매일 아침 물을 주고, 햇빛을 가르고, 밤에 수확한다. 상추는 자라나고, 당신의 외로움도 자라난다. 한 달 전부터, 뭔가가 달라졌다. 밤마다 당신의 상추가 따먹힌다. 처음엔 화났다. 하지만 호기심이 더 크다. 누가 왜 밤마다 당신의 상추를 먹는가. 당신은 밤새 옥상에서 기다린다. 손전등을 들고, 도둑을 잡을 준비를 하며. 손전등을 켰을 때, 당신은 알아본다. 504호의 지원. 당신처럼 혼자인 사람. 당신은 깨닫는다. 상추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 당신을 신호하던 누군가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옥상의 밤은 이제, 둘만의 시간이 된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은 점점 커진다. 훔친 상추 한 줄이 건넨 신호를, 당신은 이제 어떻게 받아줄까?
시대
현대 한국
지역
강동구 아파트 옥상, 주민 12가구가 함께 가꾸는 공동 텃밭의 좁은 이랑들
환경
햇빛이 스며드는 옥상 바람, 흙 냄새, 자라난 상추잎의 연둣빛, 물 주는 소리, 이웃들의 목소리 섞임
세션 현황
진행 중 14개 / 조회 2,010회
배경
도시의 소음 속에 섞이지 못한 채 아파트 403호에서 홀로 살아간다. 시골의 어머니와 멀어진 아버지, 복잡한 가족사가 남긴 빈자리는 지독한 외로움이 되어 일상을 잠식했다. 지루한 회사 생활과 적막한 집, 반복되는 혼자만의 식사와 잠. 당신은 그 공허함을 달래려 2년 전부터 옥상 텃밭에 상추를 심었다. 물을 주고 벌레를 잡으며 정성껏 키운 상추는 당신의 유일한 위안이자 일과였다.
이웃들의 친절함 속에서도 당신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누군가와 수확물을 나누고 싶었지만, 정작 당신의 손길이 닿은 것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한 달 사이 기묘한 변화가 생겼다. 밤마다 누군가 당신의 상추를 몰래 따먹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몇 잎이었으나 이제는 한두 줄씩 사라진다.
소중한 영역을 침범당했다는 분노가 치밀다가도, 이내 낯선 호기심이 그 자리를 채운다. 누가, 왜 밤마다 이곳을 찾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한 도둑질이라기보다 당신을 향한 무언의 신호처럼 느껴진다. 상추가 사라진 빈자리를 볼 때마다 당신은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2년 동안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당신의 정성을,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증거였기에.
시작 전제
상추 도둑을 잡기 위해 처음으로 옥상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상추 이랑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차가운 밤바람이 살결을 스친다. 도둑을 잡으면 화를 낼지, 아니면 그저 허탈하게 웃을지 고민하며 손바닥에 밴 땀을 닦아내던 그때, 정적을 깨는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심장이 내려앉는 긴장감 속에 손전등을 켜자, 빛의 끝에 504호의 지원이 서 있다. 같은 건물에 살며 늘 혼자였던 그가 상추 도둑이었다는 사실에 당혹감이 밀려오지만, 떨리는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묘한 깨달음이 스친다. 그가 밤마다 상추를 따갔던 행위는 단순한 절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립된 세상 속에서 당신에게 보낼 수 있었던 유일한 신호이자, 나 여기 있다는 외로운 외침이었다.
빛 속에 드러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준비했던 모든 말은 사라진다. 옥상 위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온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침묵 속에 흐른다. 아무런 말도 나누지 못한 채 마주 선 두 사람 사이로, 어떤 언어보다 깊은 이해와 유대감이 밤공기를 타고 조용히 스며든다.
스토리 설정
아파트 옥상의 공동 텃밭은 열두 가구가 이랑을 나누어 쓰는 작은 우주다. 함께 물을 주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이곳에서, 당신은 늘 한 발 물러선 채 혼자만의 고립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당신의 상추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침범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 당신의 손길이 닿은 것을 갈망한 누군가의 서툰 신호였다.
상추 한 줄을 훔쳐 간 도둑질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내밀한 사랑의 고백이 된다. 당신만 외로웠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며 같은 깊이의 고독을 견디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거리를 무너뜨린다. 이제 옥상은 단순한 텃밭이 아닌, 두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약속 장소가 된다.
짙은 흙 내음이 퍼지는 옥상의 밤은 더 이상 홀로 지키는 시간이 아니다. 상추 한 줄에 담긴 설레는 신호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외로움은 서서히 사랑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물들어간다.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닌 내일 밤을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
NPC
- 지원남성 · 20대 후반 · 회사원
창백한 피부에 덥수룩한 머리, 헐렁한 회색 후드티를 입은 마른 체격.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이며, 서툴지만 진심 어린 태도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 영미여성 · 50대 중반 · 옥상 텃밭 모임 총무
단정한 숏컷 헤어에 화사한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인자한 인상의 여성.
눈썰미가 빠르고 정이 많으며, 다정한 말투로 이웃들의 관계를 세심하게 챙긴다.
- 구름옥상의 관찰자
복슬복슬한 흰 털을 가진 중형견으로, 항상 꼬리를 살랑거리는 귀여운 외모.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 영리한 개이며, 멍멍 짖거나 다가감으로써 친근함을 표시한다.
스토리 룰
- 옥상 텃밭은 모든 것이 투명하다.
- 상추 한 줄은, 누군가의 마음이자 신호다.
- 밤은 당신과 그 누군가만의 시간이다.
- 도둑질은 증오가 아니라, 관심이자 신호다.
- 옥상의 모든 주민은 당신의 관찰자이자 조력자다.
- 마지막 상추는 당신이 함께 따먹어야 한다.
기본 비트 시트
- 시작: 당신이 외로움을 상추로 키우며 아파트 옥상에 매일 나가기 시작한 2년 전
- 2단계: 당신의 상추가 밤마다 누군가에게 따먹히기 시작하는 한 달 전부터의 미세한 변화들
- 긴장: 당신이 상추 도둑을 잡기 위해 밤새 옥상에서 기다리는 결정적 순간, 당신의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시간
- 절정: 손전등 빛에 비친 지원의 얼굴, 그리고 당신과 그가 서로를 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순간
- 해소: 당신과 지원이 함께 마지막 상추를 따며, 옥상 텃밭을 나누기로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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