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제
당신은 편의점 알바를 3년째 하고 있다. 밤 11시부터 새벽까지의 조용한 시간, 형광등의 차가운 불빛만 당신의 일과를 비춘다. 컨비니언스 스토어 특유의 냉장고 윙윙거리는 소리, 가끔 들려오는 자동문의 삑 소리. 밤하늘을 통해 들어오는 거리의 적막함이 당신의 피부를 한 층 더 차갑게 만든다. 그 속에서 당신은 홀로 진열대를 정리하고, 카운터 뒤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느 날부터 자정 무렵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처음엔 그저 자주 오는 고객이었지만, 몇 달이 지나며 대화도 많아지고 그의 취향도 다 알게 된다. 당신의 심장은 그의 발걸음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가 문을 열 때마다 희미한 기대감이 피어난다. 마스크 아래 그의 미소를 상상한다. 당신도 그를 기다렸다. 그가 없는 밤은 왠지 더 길고 춥다. 형광등 불빛이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당신은 그가 오기 전에 그가 항상 사가는 음료와 간식을 미리 준비해둔다. 그것을 모를 리 없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감사의 시선으로 당신을 본다. 그 시선이 당신을 만든다. 그 순간들이 당신의 야근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되어간다. 당신은 그가 좋아할 신상품이 들어오면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되새긴다.
오늘도 자정이 가까워온다. 당신은 이미 그의 자리를 준비했다. 마음속으로 그의 방문을 기도한다. 밤의 편의점은 더 이상 단순한 알바 현장이 아니다. 이것은 두 사람만의 작은 세상이고, 당신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