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제
캠퍼스에 발을 디딘 당신의 설렘은 한 시간 후 혼란으로 변한다. 강의실은 어디인지 모르겠고, 옆에 앉은 사람의 이름도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다. 복도를 헤매며 지나가는 선배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이 부럽다. 하지만 그 불안함 속에서 누군가는 당신에게 웃음을 건넨다. 막내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고학년 선배는 "처음엔 다 그래"라고 말한다. 그 한 마디에 당신의 어깨에서 살짝 힘이 빠진다.
당신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목표는 아직 흐릿하지만, 발걸음은 느리지만 정확하다. 각 교실을 지나며, 각 식당을 들어가며, 당신은 서서히 이곳이 당신의 공간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당신은 그들과 눈이 마주친다. 그 눈빛 속에는 모두 같은 질문이 있다. "너도 길을 잃었니?" 그렇게 묻는 눈빛이 반갑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웃음을 건넬 수 있을까.
오리엔테이션 날, 당신은 학과 소개를 듣느라 정신없다. 동기들의 얼굴도,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저 사람도 나처럼 떨리고 있을까 생각하며 옆사람을 슬쩍 본다. 그 사람도 당신을 슬쩍 본다. 그 순간 뭔가 통한다. 같은 경험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안다.
앞으로 펼쳐질 4년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캠퍼스에서, 이 혼란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 그 만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와는 평생 친구가 될 수도, 한 학기만 마주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함께라는 것이다. 당신은 캠퍼스의 잔디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느리게 흐른다. 그 속도가 당신의 속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