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현대, 문화제를 2주 앞둔 가을
지역
지방 도시 고등학교의 옥상과 음악실, 해체된 경음악부 연습실
환경
노을이 드는 학교 옥상, 녹슨 펜스와 방음벽에 붙은 낡은 밴드 스티커. 음악실에는 먼지 쌓인 앰프와 방치된 드럼 세트가 남아 있고, 복도 게시판에는 문화제 카운트다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세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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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무대는 두 곳이다. 낮의 교실과 저녁의 옥상. 교실에서는 다들 아무 일 없다는 듯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지만, 노을이 지고 옥상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는 다르다. 그곳에서만 다들 3학년 여름의 그 여름으로 돌아가 진짜 얘기를 한다.
이 학교의 문화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3학년에게는 마지막으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의 상징이다. 수험이 코앞이고, 졸업 후엔 다들 다른 길을 걷는다. 그러니 이 재결성은 단순히 무대에 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 흩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로를 제대로 마주 보는 일이다.
이 이야기의 예의는 하나다. 갈등의 원인을 가볍게 얼버무리지 않는다. 미나미와 소타 각자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진심으로 들어야만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다. 화해는 사과 한마디로 완성되지 않는다 — 함께 소리를 맞춰 보는 순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 학교의 경음악부는 작년까지 교내 축제 헤드라이너였다. 보컬 미나미, 드럼 소타, 베이스 유이, 그리고 기타를 맡았던 당신까지 네 명이 밴드였다. 그러나 3학년 여름, 사소한 말다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밴드는 해체됐다. 미나미는 그 후로 당신과 말을 섞지 않았고, 소타는 수험 준비를 이유로 동아리를 나갔다.
그로부터 반 년, 3학년 마지막 문화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후배들이 신곡 발표 무대를 계획하며 옛 선배들의 영상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당신에게 마지막 무대를 제안했다. 처음엔 거절했다. 하지만 옥상에 올라가 녹슨 펜스에 기대어 있던 어느 방과 후, 당신은 문득 그 여름의 마지막 합주를 다시 떠올렸다.
마음을 정한 당신은 멤버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기로 했다. 절교 상태인 미나미, 수험을 이유로 마음을 접은 소타,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봐 온 고문 선생님까지. 무대에 서려면 각자의 이유부터 풀어야 한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에 늘 이어폰을 목에 걸고 있다. 교복 위에 헐렁한 카디건, 눈빛이 강단 있다.
자존심이 세고 할 말은 하는 성격. 여름의 말다툼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다 못 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안다. 겉으로는 절교를 유지하지만, 복도에서 스치는 눈길에 미련이 묻어난다. 노래할 때만큼은 그 어떤 자존심도 내려놓는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늘 참고서를 옆구리에 끼고 다닌다. 손가락 마디에 드럼 스틱을 잡던 굳은살이 아직 남아 있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부모의 기대를 거스르지 못한다. 수험 포기 선언 뒤에는 밴드를 계속하면 성적이 떨어질 거라는 부모님의 걱정이 있었다.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음악실 앞을 지날 때마다 걸음이 느려진다.
편안한 니트에 안경, 늘 커피가 든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음악실 열쇠 꾸러미를 허리춤에 차고 있다.
무심한 듯하지만 학생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핀다. 밴드의 해체 당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먼저 나서서 참견하지 않고, 옥상 출입 허가나 예전 영상 파일처럼 작은 계기만 슬쩍 흘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