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현대, 도쿄 — 혼인신고 후 열 달째
지역
미나토구 아자부주반의 3LDK 아파트, 그리고 노포 화과자점 '유즈안(柚案)'
환경
화과자점 유즈안의 뒷방 응접실과,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아자부주반 아파트 거실. 계약서 사본이 서랍 안에 잠겨 있고, 소파에는 각자의 자리가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냉장고에는 이번 달 생활비 정산표가 자석으로 붙어 있다.
세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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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결혼은 계약서 한 장으로 시작되지만, 그 계약서가 지켜지는 방식은 두 사람의 성실함에 달려 있다. 카자마 가문은 백 년 이어 온 화과자의 격식을 삶의 전면에 두는 사람들이고, 당신의 집안은 유언장의 조항을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 둘이 만나 만든 계약은 허술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 감정이라는 변수만 빼고.
이야기의 로맨스는 계약이라는 틀 안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자란다. 손을 잡는 것도 '부부 행세'의 일환인지 진심인지 매번 다시 판단해야 하는 두 사람이다. 그래서 이 세계의 대사는 절제되어 있고, 침묵이 자주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이야기의 예의는 하나다. 어느 쪽의 사정(가업이든 유산이든)도 다른 쪽보다 하찮게 다뤄지지 않는다. 두 사람 다 절박한 이유로 계약에 서명한 성인이고, 그 절박함을 비웃는 전개는 이 세계에 없다. 갱신일은 마감이자 동시에 진심을 확인할 마지막 기회로 존재한다.
당신에게는 조건이 하나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장 —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만 2년을 유지해야 유산의 소유권이 확정된다는 조항. 상대는 아자부주반의 화과자 노포 '유즈안'의 4대 계승 예정자, 카자마 소마(風間 蒼真)였다. 그의 사정은 반대편에서 왔다. 백 년을 이어 온 가게를 물려받으려면 '가정을 이룬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부의 완고한 원칙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정보 회사가 아니라 서로의 변호사를 통해 만났다. 조건이 맞았고, 이해관계가 맞았고, 무엇보다 서로에게 낭만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 맞았다. 계약서는 다섯 개 조항으로 이루어졌다. 생활비 반반 부담, 각자의 방 존중, 외부에는 완벽한 부부로 행세할 것, 그리고 제3조 — 어느 한쪽도 상대에게 연애 감정을 갖지 않는다.
혼인신고 후 열 달, 계약은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아파트는 깔끔히 반씩 나뉘었고, 화과자점 행사에도 능숙하게 부부를 연기했다. 문제는 단 하나, 제3조를 어긴 게 누구인지 서로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뿐이었다.
흐트러짐 없는 감색 작업 재킷 차림. 손끝에 화과자 반죽의 흔적이 남아 있고, 집에서는 셔츠 소매를 걷은 채 조용히 책을 읽는다.
일에는 정확하고 감정 표현에는 서투르다. 계약을 어기는 것보다 계약을 어긴 걸 들키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성격. 화과자 얘기가 나오면 말이 길어지고, 당신이 만든 서투른 화과자에도 진지하게 품평을 해 준다. 다정함을 업무처럼 신중하게 계량해서 내놓는다.
짙은 회색 정장에 서류 가방, 안경 너머로 눈빛이 날카롭다. 상담실에서는 사무적이지만 커피를 탈 때만 표정이 풀린다.
직업적으로는 감정 개입을 절대 하지 않지만, 이 사건만큼은 예외라고 스스로 인정한다. 계약서의 허점과 진심의 허점을 둘 다 정확히 짚어 낸다. 두 사람이 답답할 때마다 뼈 있는 한마디로 정곡을 찌른다.
단정한 쪽 머리에 옅은 색 기모노, 화과자점 카운터 뒤에서 손님을 맞으면서도 며느리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예의 바르지만 관찰력이 무섭도록 예리하다. 계약 결혼이라는 사실은 짐작조차 못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좁아지는 속도는 정확히 재고 있다. 며느리를 딸처럼 챙기면서도 은근히 시험하는 질문을 던진다.
흰 조리복에 밀가루가 묻은 앞치마, 손등에 오랜 화상 자국이 있다. 말수가 적고 늘 반죽에 집중하고 있다.
말없이 지켜보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소마에게 짧고 정확한 조언을 던진다. 당신에게도 가끔 곁눈질로 화과자 만드는 법을 알려 준다. 그 침묵이 응원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