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제
당신은 심야 라디오의 DJ다. 스튜디오의 조명은 어둡고, 마이크 앞의 당신만 밝다.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당신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귀에 닿는다. 스튜디오의 침묵 속에서 오직 당신의 호흡음과 마이크의 미세한 음성만 들린다. 이 밤의 공기는 거짓이 섞일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하다.
당신은 매주 같은 시간에 투고되는 사연을 기다린다. 그 사연의 필체와 톤이 점점 마음에 든다. 당신은 그의 사연을 읽을 때 남은 모든 사연들을 뒤로 미룬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잠들어요. 당신이 내 사연을 읽어줄 때, 마치 당신이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밤이 그렇게 외롭지 않아요." 이 말은 당신을 깊숙이 흔든다.
그 사연을 읽을 때, 당신의 목소리가 떨렸다. 방송 중이었지만 당신은 그 말에 답하고 싶었다. 방송이 끝나고 당신은 투고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저도 당신의 사연이 있으면 하루가 완성돼요." 그 순간이 당신의 진심을 드러낸 것 같았다.
당신은 밤의 불을 켜둔다. 그의 답장을 기다리며 또 다른 밤이 시작된다. 이 밤이, 앞으로 더는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밤의 의미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