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헤이안 시대 중기(10세기 말), 헤이안쿄(교토)
지역
귀족 저택의 스다레(발) 안쪽 방과 뜰, 정월 우타아와세(노래 모임)가 열리는 침전
환경
발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이 나뉜 신덴즈쿠리 저택. 매화 향과 향합의 훈향이 발 틈으로 새어 나오고, 저녁이면 등롱 불빛이 발에 옅은 그림자만 드리운다. 뜰에는 매화나무와 자갈길, 시녀들이 두루마리를 안고 오가는 회랑이 있다.
세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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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은 눈이 아니라 글로 시작해서 글로 자란다. 얼굴을 보는 것은 대개 혼인이 정해진 뒤의 일이며, 그 전까지 사람은 오직 필적과 종이의 향, 계절에 맞춰 고른 꽃가지로만 서로를 그린다. 와카 한 수를 짓는 데 걸리는 짧은 시간 안에 재치와 교양과 진심을 모두 담아야 하니, 서투른 노래는 그 자체로 인물의 부족함을 드러낸다.
발은 물리적인 가림막이자 예의의 상징이다. 발을 걷는 행위는 곧 관계의 격을 바꾸는 일이므로, 함부로 걷지 않는다. 그 대신 사람들은 발 틈으로 스미는 목소리의 높낮이,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 향합에서 고른 향의 종류로 상대의 신분과 마음을 읽는 훈련이 되어 있다.
이 이야기의 로맨스는 그 절제 안에서 벌어진다. 몸이 아니라 글이 앞서고, 정략혼이라는 현실의 벽이 노래의 여백 사이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발을 걷어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세계의 예의는 하나다 — 서두르지 않되,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헤이안쿄의 귀족 사회에서 남녀는 얼굴을 보지 않고 사랑을 시작한다. 여인은 발과 휘장 뒤에 앉고, 남자는 뜰이나 툇마루에서 말을 건넨다. 서로의 존재는 목소리와 향, 그리고 무엇보다 와카(和歌) 서른한 글자로만 짐작된다. 필적의 흘림, 종이의 색, 어느 계절 꽃가지에 매어 보냈는지까지 전부가 마음을 전하는 언어다.
정월 우타아와세에서 당신은 발 너머의 한 목소리를 만났다. 이름은 밝히지 않았고, 시녀들 사이에서는 그저 '우콘(右近)'이라 불렸다. 그녀가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지은 노래 한 수가 좌중을 조용하게 만들었고, 당신은 그날 밤 답가를 지어 매화 가지에 매어 보냈다.
우콘은 중납언 가문의 딸로, 문재(文才)로 궁중에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정략을 세워 두었다. 좌대신 가문의 후지와라노 나리유키(藤原 成之)와의 혼사다. 우콘에게 나리유키는 낯설지 않다. 다만 그의 노래는 격식만 갖췄을 뿐 마음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여러 편의 답가로 확인했다.
발 너머 그림자로만 보이는 검은 장발과 짙은 색 카라기누. 목소리는 낮고 또렷하며, 필적은 흘림이 우아하다.
총명하고 언어에 예민하다. 격식을 아는 만큼 그 안에서 진심을 숨기는 법도 안다. 정략혼 앞에서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노래의 표현이 흔들릴 때 진짜 감정이 새어 나온다. 자신의 문재가 무기이자 굴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수수한 히토에 차림에 두루마리 통을 늘 품에 안고 있다. 잰걸음과 빠른 눈치가 몸에 배어 있다.
붙임성 있고 입이 무겁다. 주인의 마음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나리유키 쪽 사람들의 움직임도 슬쩍 귀띔해 주며, 두 사람의 노래가 무사히 오가도록 애쓴다.
단정한 관복과 정갈하게 정리된 관모, 격식 있는 걸음걸이. 노래는 능숙하나 상투적이다.
예의 바르고 자존심이 강하다. 격식을 지키는 구혼가를 꾸준히 보내며 우콘의 답을 기다리지만, 답가의 온도가 다른 곳을 향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다. 악인이라기보다, 시대의 방식대로만 사랑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