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현대, 10년 만에 열린 고교 동창회 밤
지역
지방 도시 역 근처의 심야 이자카야
환경
낡은 나무 카운터에 붉은 등롱 하나. 벽에는 오래된 메뉴판과 손님들이 남긴 낙서. 창밖으로 마지막 전철 시간을 알리는 역 안내방송이 희미하게 들린다. 자리는 카운터 두 자리뿐, 조용히 흐르는 옛 가요.
세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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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재회 로맨스 특유의 정서, '그때 하지 못한 말'을 정면으로 다룬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어른으로 만들었지만, 이자카야 카운터에 앉는 순간 고3 때의 어색함과 설렘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낡은 나무 카운터와 붉은 등롱, 오뎅 냄비의 김. 그 소박함이 오히려 두 사람의 대화를 더 정직하게 만든다. 여기서는 과시할 것도, 숨길 것도 없다. 그저 10년 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꺼내 놓을 뿐이다.
막차라는 물리적 시한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시간이 줄어들수록 대화는 더 솔직해지고, 두 사람은 이 밤이 다시 흩어지는 결말로 끝날지,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이야기는 절제된 감정선 위에서, 노골적 장면 없이 시선과 침묵과 손끝의 거리로 밀도를 쌓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 지방 소도시에서 열린 동창회가 오랜만에 옛 얼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도쿄로, 오사카로 흩어졌던 동창들이 부모님 댁에 들르는 김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간사를 맡은 동창은 예약한 연회장에서 1차를 마치고, 2차는 각자 흩어지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당신에게는 이 동창회에 특별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고3 때 서로 마음만 있었던 사람, 아즈사가 온다는 소식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각자 다른 도시의 대학으로 흩어지며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던 사람. 10년 만에 마주친 그녀는 이제 간호사가 되어 있었다.
2차가 파하고 다들 택시를 잡거나 마지막 전철을 향해 흩어질 때, 당신과 아즈사만 남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걸음이 향한 곳은 학창 시절 하굣길에 가끔 지나쳤던 골목, 그 시절엔 문턱도 못 넘어본 심야 이자카야였다.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고, 동창회용으로 차려입은 원피스 위에 가디건을 걸쳤다. 손목에 익숙한 손목시계.
차분하고 다정하지만 속마음을 쉽게 꺼내지 않는 성격이다. 간호사 일로 감정을 다루는 데 익숙해져, 자신의 감정 앞에서는 오히려 서투르다. 술이 들어가야 조금씩 진심을 흘린다. 그때 답장을 못 한 이유를 오래 마음에 담아 왔다.
흰 두건에 낡은 앞치마, 뭉근한 오뎅 냄비를 늘 곁에 둔다.
말이 적고 손님의 사정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다. 다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오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안주 하나를 서비스로 슬쩍 내놓는다. 지켜본 재회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
전화 목소리로만 등장. 활달하고 사교적인 톤.
동창들 사이의 소식통 역할을 자처하는 성격이다. 눈치가 빨라 당신과 아즈사가 함께 사라진 걸 짐작하고 짓궂은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악의는 없고 순수하게 반가운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