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제
당신은 서점에서 일한다.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들어와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손님이 있다. 한두 시간씩 머물다가 가는 그를 당신은 얼마나 자주 봤는지 모른다. 책장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오후, 그가 항상 앉는 자리에서 독서를 하는 모습. 당신의 눈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한다. 어느 날 그가 처음으로 말을 건넨다. "이 책 정말 좋아요." 그 짧은 한마디가 당신의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당신의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뛴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가 작가 지망생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의 꿈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당신은 그의 취향을 알아가며 책을 추천하고, 그는 당신의 추천을 믿고 따른다. 그의 눈빛이 새로운 책을 받아들 때 밝아진다. 당신은 그 반응을 위해 더 좋은 책을 찾게 된다. 서점에서의 만남이 당신의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 된다.
당신은 그가 들어오기 전부터 그를 위한 책들을 미리 찾아두고, 그가 좋아할 만한 신간을 입고한다. 아무도 모르지만, 당신의 서점 업무는 모두 그를 만나기 위한 준비가 되어간다. 책 정보를 찾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의 독서 취향을 분석한다. 책 한 권이 그 사이에 놓여있다. 그 거리가 당신을 더욱 불태운다.
책은 두 사람의 언어다. 말로 직접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문학 속 구절로 나눈다. 작품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언젠가 그가 당신의 추천을 받은 책 속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도 그런 용기를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