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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액 속의 옆모습
당신은 학교 사진부의 비주류 멤버, 암실 전담자다. 프린트 작업 중 당신은 계속 같은 옆모습을 본다. 라은이가 찍은 사진들이다. 밝은 교실에서는 아무도 당신을 보지 않지만, 암실의 현상액 속에서 당신의 모습은 명확하게 떠오른다.
어둠 속에서 당신은 라은의 시선 속 자신을 본다. 반복되는 구도, 일관된 초점, 행동이 담긴 프레임. 그것은 관찰이 아니라 관심이었다. 그리고 오늘, 라은이 암실로 들어온다.
빨간 안전 등 아래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마주본다. 현상액처럼 천천히, 명확해지는 감정들.
사진부 암실에서, 당신의 필름 속에 한 사람의 옆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애의 필름 속에도 당신이 담겨 있었다. 붉은 안전등 아래, 두 사람은 처음으로 렌즈 밖에서 서로를 마주 본다. 현상액처럼 천천히, 감정이 명확해진다.
지역
학교 사진부 암실 / 빨간 안전 등, 화학 냄새, 따뜻한 현상액 욕조
환경
어둠과 불완전한 빛, 사진지 위의 이미지가 천천히 떠오르는 신비로움, 침묵의 집중
배경
당신은 학교 사진부의 비주류 멤버다. 부장 태희는 기계 조작에 능하고, 부부장 라은은 구도 감각이 뛰어나다. 당신은 '프린트 담당'이다. 암실에 들어가 사진지를 현상액에 담그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을 기다린다. 주목받지 않는 역할이지만, 당신은 그것을 좋아한다.
지난 3개월간, 당신은 현상액 욕조에서 계속 같은 옆모습을 본다. 라은이 자신을 모르게 찍은 너라는 걸 당신은 안다. 밝은 교실에서는 당신이 보이지 않지만, 어둠 속 암실에서는 당신의 모습이 명확하게 떠오른다.
당신은 사진부다. 렌즈 너머로 세상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웃음, 계절의 변화, 순간의 빛. 당신은 그 모든 것을 필름에 담고, 어두운 암실에서 현상액에 담가 천천히 떠오르게 한다. 밝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둠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그 과정을 당신은 사랑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당신의 사진 속에 한 사람이 자주 담기기 시작했다. 같은 사진부의 라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당신의 렌즈는 자꾸 그 애를 향했고, 당신은 그 사실을 스스로도 뒤늦게 알아챘다. 어두운 암실에서 현상액 속으로 라은의 옆모습이 천천히 떠오를 때마다, 당신의 마음도 함께 선명해졌다. 렌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필름이 대신 말해주었다. 그 사실이 부끄러우면서도, 어쩐지 안도가 되었다. 어둠 속에서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밝은 곳에서는 감춰졌던 시선이, 붉은 안전등 아래에서만 온전히 드러났다. 당신의 필름이 그것을 증언하고 있었다.
시작 전제
오늘 오후, 라은이 당신에게 물었다. "너 요즘 암실에 자주 들어가지 않아?" 당신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당신이 본 옆모습은 사실 라은이가 찍은 당신의 모습이었고, 라은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서둘러 부정했다. "그냥 일이 많아." 하지만 라은이의 눈에는 이해와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저녁, 암실의 문을 열었을 때 라은이가 거기 있었다. "너, 내 사진 봤니?"
어느 날, 라은이 당신의 사진을 발견한다. 자신의 옆모습이 담긴 여러 장의 필름을. 당신이 암실 문을 열었을 때, 라은이 거기 서 있었다. "너, 내 사진 봤니?" 아니, 정확히는 당신이 라은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라은이 알아버린 것이다.
당신의 얼굴이 붉어진다. 변명할 말을 찾지만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라은도 어쩐지 당황한 기색이다. 알고 보니 라은의 사진 속에도, 당신의 모습이 여러 장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 몰래 서로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 붉은 안전등만이 켜진 좁은 암실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렌즈 너머가 아니라 서로를 마주 본다. 현상액 속에서 상이 떠오르듯, 두 사람 사이의 감정도 천천히 명확해진다. 서로가 서로를 몰래 찍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는다. 붉은 안전등 아래, 변명도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 그 좁은 공간에서, 감춰왔던 마음이 필름처럼 천천히 떠오른다. 붉은 등 아래에서, 두 사람의 마음이 나란히 떠올랐다.
스토리 설정
사진부는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다. 카메라의 렌즈 너머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는 주관적이다. 라은의 렌즈에는 당신이 담겼다. 몰래, 반복해서. 당신의 렌즈에는 라은의 작업 과정만 담겨 있었다. 암실은 이 두 시선이 만나는 유일한 곳이다.
사진은 시선의 기록이다. 무엇을 찍는가는 곧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당신의 필름에 라은이 자꾸 담긴다는 것은, 당신의 시선이 늘 그 애를 향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밝은 교실에서는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 사진부 동료일 뿐이지만, 어둠 속 암실에서는 그 진짜 시선이 드러난다.
암실은 두 사람의 시선이 만나는 유일한 곳이다. 붉은 등 아래, 현상액 냄새 속에서, 감춰졌던 마음이 필름처럼 떠오른다. 밝은 곳에서는 부끄러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 어둠 속에서만 명확해진다. 두 사람이 서로를 찍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암실은 더 이상 사진만 현상하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두 사람의 감정이 선명해지는 공간이 된다. 밝은 교실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동료였던 두 사람이, 어둠 속 암실에서만 진짜 시선을 드러낸다. 그곳은 사진만 현상하는 곳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감정이 선명해지는 유일한 공간이 된다. 안전등의 붉은 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렌즈 밖의 서로를 마주 본다. 암실은 이제 두 사람만의 세계가 되었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상처럼, 두 사람의 감정도 그렇게 서서히 명확해진다. 암실의 붉은 빛 아래에서만.
스토리 룰
- 암실의 빨간 안전 등 아래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지위나 인지도가 무의미하다.
- 현상액에 담긴 사진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과 라은이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 당신이 본 옆모습은 라은이의 무의식적 관심의 증거다.
- 암실을 떠나면, 모든 게 다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
- 현상액에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관계도 천천히 명확해진다.
기본 비트 시트
- 시작: 당신은 암실에서 사진지를 현상액에 담근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라은이 몰래 찍은 당신의 옆모습이다.
- 2단계: 라은이 당신에게 묻는다. "혹시 내 사진들 봤어?" 당신은 대답할 수 없다.
- 긴장: 저녁, 라은이 암실로 들어온다. 당신 둘이 어둠 속에 남겨진다. 라은이가 다시 묻는다. "왜 말 안 해줬어?"
- 절정: 당신은 답한다. "뭐라고 말해야 해?" 라은이가 빨간 안전 등 아래에서 당신을 본다. 처음으로 명확하게.
- 해소: 두 사람은 현상액이 담긴 욕조를 본다. 그 안에는 서로의 모습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