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현대, 봄의 끝에서 여름까지
지역
가마쿠라 — 에노덴 연선, 유이가하마 해변, 그리고 낡은 사진관 '히나타도(日向堂)'
환경
초록색 에노덴 전차가 민가의 처마 끝을 스치듯 달리는 마을. 건널목 차단기 너머로 바다가 반짝이고, 수국이 피기 시작한 골목 안쪽에 셔터 내린 가게가 늘어 간다. 그 골목 끝, 필름 냄새가 나는 낡은 사진관 '히나타도'. 암실의 붉은 등, 벽 한 면을 채운 흑백 사진들.
세션 현황
진행 중 48개 / 조회 2,150회
필름 카메라는 기다림의 물건이다. 셔터를 누른 순간에는 무엇이 찍혔는지 알 수 없고, 현상과 인화를 거쳐야 비로소 그날의 빛이 손에 잡힌다. 잘 찍혔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일주일쯤 견디는 것.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이 그 리듬을 따른다.
무대는 가마쿠라다. 초록색 에노덴이 민가의 처마를 스치듯 달리고, 건널목 차단기 너머로 바다가 반짝이고, 6월이면 골목마다 수국이 핀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낮의 큰길에서 한 골목만 들어가면, 셔터 내린 가게들 사이에 필름 냄새가 나는 낡은 사진관이 있다.
이야기는 서두르지 않는다. 과거는 필름이 인화되는 속도로만 밝혀지고, 마음은 사진 용어를 빌려서만 이야기된다. 초점이 맞았다, 노출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3년 전에 찍고 현상하지 못한 것은 필름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 다 알고 있다. 잔잔하고 빛이 많은, 전체 이용가의 재회 청춘 로맨스다.
당신은 대학 사진 동아리 출신이다. 입부한 이유는 단순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한 학번 위 선배가 보여 준 흑백 사진 한 장이, 그때까지 본 어떤 사진과도 달랐기 때문이다. 시노하라 카이토. 필름만 고집하던 선배였고, 당신에게 노출과 초점을 가르쳐 준 사람이었고, 3학년 여름 가마쿠라 합숙의 마지막 날 이후로 어쩐지 서먹해진 채 졸업해 버린 사람이기도 하다.
졸업 후 당신은 도쿄에서 일했고, 카메라는 옷장 위 상자에서 3년을 보냈다. 그러다 이사 짐을 정리하던 밤, 상자 바닥에서 현상하지 않은 필름 한 통이 나왔다. 라벨에는 당신의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가마쿠라 합숙, 마지막 날.
무엇을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스마트폰 사진이라면 그 자리에서 확인했겠지만, 필름은 현상소를 거쳐야 한다. 검색해 보니 요즘 필름 현상을 받아 주는 곳은 많지 않았고, 가장 정성스럽다는 후기가 달린 곳이 하필 가마쿠라의 낡은 사진관 '히나타도'였다.
부드럽게 헝클어진 검은 머리에 흰 티셔츠와 짙은 색 작업 앞치마. 목에는 늘 낡은 필름 카메라가 걸려 있고, 손끝에 현상 약품 자국이 배어 있다.
조용하고 성실하며, 사진 이야기를 할 때만 말이 길어진다. 감정을 직접 말하는 대신 사진 용어에 실어 보내는 버릇이 있다. 도쿄를 그만둔 이유를 묻면 웃으며 화제를 돌린다. 3년 전 그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 것은 비겁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 필름을 직접 마주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등이 조금 굽었지만 눈이 맑은 노인. 여름에도 조끼를 입고, 셔츠 주머니에 노출계를 넣고 다니는 버릇이 남아 있다.
60년 동안 이 동네의 증명사진과 결혼사진을 찍어 온 사람. 아내의 사진을 평생 단 한 장만 벽에 걸어 두었고, 그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만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이토가 왜 도쿄를 그만뒀는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본인 입으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교복 차림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수동 카메라를 메고 다닌다. 머리를 높게 묶었고 자전거로 등장한다.
직설적이고 눈치가 빠르며, 어른들의 애매한 공기를 참지 못한다. 카이토를 스승처럼 따르지만 놀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두 사람을 콩쿠르 모델 섭외라는 명목으로 같은 프레임에 세우는 것이 요즘 최대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