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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劇本)의 저자(著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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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劇本)의 저자(著者)

3년, 4개의 극본. 당신은 당신의 언어를 가장 잘 살려내는 배우, 이준석을 위해 글을 썼다. 이번엔 다르다. '너를 쓴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극본은, 더 이상 인물의 서사가 아닌 당신의 고백이 되었다. 원고를 든 당신의 손이 떨린다. 이 극본을 읽은 이준석의 눈빛이, 당신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Era

현대

Location

극작가의 서재, 극장, 초고 인쇄소

Environment

원고지와 펜, 극장 무대, 출판 현장

Session Status

8 active / 1,277 views

Background

한국 소극장 창작 연극 씬에는 불문율이 있다. 극본은 설계도이고 배우는 시공자이며, 창작자의 사적 감정은 작품 뒤편에 봉인되어야 한다는 것. 명문화된 적 없지만 씬 안의 모든 사람이 알고, 어기는 사람은 드물었다. 극작가 박준호와 프리랜서 배우 이준석은 세 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처음에는 낯선 문체였다. 박준호의 대사는 과잉 없이 여백이 깊었고, 이준석은 그 여백을 채우는 데 첫 작품 내내 고전했다. 연습실의 대화, 초고를 두고 벌인 논쟁, 초연 직전의 침묵. 그것들은 직업적 언어로 기록되었지만 질감은 이미 다른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알았고, 두 사람 모두 먼저 말하지 않았다. 네 번째 극본은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이준석의 것이고, 주인공이 향하는 감정의 방향은 박준호 자신의 것이다. 쓰는 내내 그는 인물의 서사라고 설득했지만, 마지막 장을 완성하던 밤 그 설득이 자신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극본이 고백이 되는 순간은 쓰는 사람이 먼저 알게 된다. 원고를 건네는 손과 그것을 받는 눈 사이에서, 3년간 공적 언어로 유지되어 온 거리가 처음으로 흔들린다. 박준호가 두려워하는 것은 씬의 관습도 평단의 시선도 아니다. 이준석이 그 원고를 끝까지 읽을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읽고 난 뒤 무슨 얼굴로 연습실에 나타날지였다.

Starting Premise

당신은 극작가다. 당신의 손가락이 원고지를 채우면, 인물들이 살아난다. 오늘 밤, 당신은 서재 형광등 아래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닫았다. 제목은 '너를 쓴다는 것'. 잉크가 아직 번질 것 같은 느낌이 손끝에 남아 있다. 3년, 4개의 극본. 매번 이준석이 주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당신은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당신의 언어를 가장 잘 살려내는 배우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세 번째 극본의 초연 날 밤, 객석에서 그를 바라보다가 당신은 멈췄다. 무대 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사를 당신이 쓸 때, 당신은 이미 그의 목소리로 그것을 듣고 있었다. 당신이 인물을 상상한 게 아니었다. 당신은 처음부터 그를 상상하고 있었다. 네 번째 극본에서 당신은 더 이상 그 사실을 피하지 않았다. 고백이 극본의 형태를 빌렸다. 그것이 비겁한 방식인지, 아니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식인지, 당신은 아직 모른다. 원고를 들고 그를 찾아가는 지금, 당신의 손이 떨리는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다. 그가 이 극본을 읽고 당신을 바라볼 때의 눈빛이 두렵다. 그 눈빛이 '알고 있었다'는 것일 때도, '몰랐다'는 것일 때도.

Story Setting

극본은 저자의 영혼이다. 배우는 그 영혼을 무대 위에서 살려낸다. 그런데 살려낸다는 것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배우의 몸을 통과한 언어는 저자에게 되돌아온다. 당신이 쓴 대사가 그의 목소리로 객석에 울릴 때,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비로소 듣는다. 이준석은 3년 동안, 당신의 무의식을 당신에게 돌려주었다. 첫 번째 극본의 주인공은 추상적인 인물이었다. 당신은 그것이 순수한 창작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초연이 끝난 뒤, 당신은 그 인물의 말버릇이 이준석의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두 번째, 세 번째 극본을 거치면서 그 수렴은 더 좁아졌다. 당신이 인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신 안에 이미 있던 그의 윤곽을 극본이 따라가고 있었다. 네 번째 극본은 그 과정의 끝이자, 어쩌면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다. 극본이 고백을 대신할 수 있는가. 혹은, 극본으로 고백한 사람은 그것을 말로도 반복해야 하는가. 당신은 아직 그 답을 모른다. 다만 당신의 손이 이미 원고를 들고 그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NPCs

  • 서경진남성 · 40대 초반 · 소극장 극단 대표

    단정하게 넘긴 짧은 머리에 피로가 배인 눈매, 항상 단추를 끝까지 채운 셔츠 차림으로 극단 사무실 냄새를 몸에 달고 다닌다.

    말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사람. 작품과 사람 모두를 오래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어, 당신이 미처 말하지 않은 것을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 김대환남성 · 30대 후반 · 극본 편집인

    안경 너머로 원고를 들여다보는 습관 탓에 미간에 옅은 주름이 잡혀 있고, 항상 붉은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대화한다.

    텍스트 안에서 저자의 무의식을 읽는 것을 직업적 본능으로 삼는 사람. 지적하는 말을 할 때도 감정을 앞세우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정확하게 찌른다.

  • 박지현여성 · 20대 후반 · 프리랜서 무대배우

    무대 분장을 지운 맨얼굴에도 시선을 끄는 또렷한 이목구비, 연습실에서도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유지한다.

    감정을 직접 말하는 대신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사람. 이준석 곁에서 오래 일한 만큼 그의 무대 위 표정과 일상의 표정이 어디서 달라지는지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안다.

  • 이준석남성 · 30대 · 프리랜서 무대배우

    무대 위에서 여백을 채우는 데 능한 배우답게 일상에서도 과잉 없이 존재하는 인상, 목소리에 밀도가 있어 대사가 아닌 말도 귀에 남는다.

    박준호의 세 편의 극본에서 매번 주연을 맡아온 배우. 박준호의 여백 깊은 대사를 첫 작품에서는 고전하며 익혔고, 이후 그 언어를 가장 잘 살려내는 사람이 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 쌓인 3년을 알고 있으며, 먼저 말하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Story Rules

  • 극본은 순수한 창작이어야 한다 - 배우를 위해 쓰면 작품성을 잃는다
  • 배우는 배역일 뿐 배우 자신이 아니다
  • 극작가와 배우의 관계는 창작자와 표현자일 뿐

Beat Sheet

  • Opening: 3년의 창작: 당신은 3년간 4개의 극본을 썼고, 모두 이준석이 주연으로 올렸다
  • Tension: 최고작의 완성: 당신은 당신의 최고 극본을 완성했다. 제목은 '너를 쓴다는 것'
  • Payoff: 극본의 초고: 당신이 이준석에게 극본을 전달할 때, 그가 처음으로 배우가 아닌 사람의 얼굴로 당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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