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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담의 밤
밤 10시, 도서관 3층 A-5번 자리. 당신의 옆자리 A-4에 앉은 낯선 이가 메모지를 내민다.
말 한마디 없는 침묵의 공간에서, 펜 끝에서 시작된 대화는 당신의 심장을 뒤흔든다.
시험 기간의 끝, 당신은 이 필담이 사랑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을까?
Era
현대 한국
Location
S 대학교 중앙 도서관 3층, 지정석 구역
Environment
밤 10시 이후의 도서관, 스탠드 불빛, 시험기간의 카페인 냄새, 페이지 넘기는 소리
Session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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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ground
법학과 대학원 1학년, 스물넷. 시험기간이 되면 당신은 어김없이 도서관 3층 A-5번 자리에 앉는다. 매년 같은 얼굴들이 같은 자리를 채우는, 말없는 약속 같은 공간이다. 한국 법제사를 전공하는 당신은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 옆자리 A-4는 늘 비어 있었다. 지난해까지는.
올해 시험기간이 시작되던 날,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았다. 경제학과 대학원생, 민경. 스물여섯. 처음엔 그저 같은 밤을 버티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도서관의 침묵은 말을 허락하지 않았고, 당신들은 서로의 존재를 눈빛으로만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밤, 논문의 한 대목이 도무지 풀리지 않아 메모장에 적었다. 이 부분 이해가 안 돼. 무심코 흘린 그 문장을 민경이 본 것 같았다.
법학은 당신에게 명확함을 가르쳤다. 규칙, 논리, 증명. 그런데 민경이 옆에 앉기 시작한 뒤로, 당신의 내부에는 어떤 조문으로도 정리되지 않는 감정이 쌓이고 있었다. 감정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이 당신에게는 작은 충격이었다.
Starting Premise
다음 날 밤, 당신이 A-5에 앉았을 때 민경은 이미 옆자리 A-4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가 먼저 온 것이었다. 당신이 어제의 문제를 꺼내자 민경은 자신의 메모장에 연필로 적었다. 이렇게 생각해봐. 이 논리의 순환을 먼저 인정해. 손글씨가 고르고 정성스러웠다.
그날부터 당신들의 밤은 달라졌다. 도서관 규칙상 말을 할 수 없었으므로 당신들의 언어는 글자였다. 수학 문제에서 법적 해석으로, 경제학의 원리에서 점점 더 개인적인 것들로. 메모장 위에서 대화가 펼쳐졌다. 이건 누가 물어봐? 나 물어봤어. 혼자야? 응. 넌? 나도.
시험 기간마다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앉았고 메모장은 가득 찼다. 당신은 민경의 손글씨에서 정성을 읽었다. 단어 선택에서 배려를 읽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민경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읽었다. 그 마음이 자신의 마음과 같다는 것도.
말하지 않아도 이해했다. 펜과 종이만으로. 침묵이 그들의 유일한 언어였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Story Setting
도서관의 A-5 자리에 앉기 전, 당신은 언제나 옆자리 A-4를 먼저 확인한다. 시험 기간이 돌아올 때마다, 그 자리는 민경을 위해 비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당신들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펜을 든다. 메모지 위에 적힌 글자들은 목소리보다 느리지만, 훨씬 정확하다. 음성 언어가 품는 모호함 없이, 글자는 곧장 마음에 닿는다. 침묵 속에서 당신들은 오히려 더 솔직해진다.
사서도 모르고, 다른 학생들도 눈치채지 못한다. 당신들 스스로도 이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매 학기 시험 기간이 되면 어김없이 만나고, 필담은 조금씩 깊어진다.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과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감각이 겹쳐지는 순간들이 쌓인다.
당신의 심장은 이미 알고 있다. 이 사람을 기다려 왔다는 것을. 말할 수 없을 때 당신들은 가장 진실했고, 침묵은 금보다 단단한 무언가가 되었다. 언어 없이도 가능한 사랑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들의 것이다.
NPCs
민경남성 · 26세 · 경제학과 대학원 2학년단정하게 넘긴 검은 머리에 차분한 눈매, 늘 얇은 니트나 후드를 걸치고 연필을 손에 쥔 채 노트를 응시한다.
말수가 적고 논리적이지만 글씨에는 온기가 배어 있어, 메모지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솔직하고 정성스럽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답하는 신중한 사람이다.
- 혜진여성 · 24세 · 법학과 대학원 동기
짧게 자른 단발에 또렷한 눈빛, 항상 형광펜 여러 개를 귀에 꽂고 다니며 표정이 풍부하다.
직설적이고 유쾌해서 도서관 밖에서는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친구의 감정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눈치채고, 한마디로 핵심을 찌르는 편이다.
도서관 사서여성 · 40대 초반 · 중앙 도서관 3층 담당 사서은테 안경 너머로 온화한 눈빛을 가졌으며, 조용한 발걸음과 늘 단정한 카디건 차림이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 3층을 지켜온 만큼 자리마다 사람의 이야기가 보인다고 느끼며, 규칙을 엄격히 지키면서도 두 사람의 메모지 교환만큼은 모른 척 따뜻하게 넘겨준다.
Story Rules
- 도서관 3층에서는 말을 할 수 없다. 모든 대화는 필담으로만 가능하다.
- 메모장은 당신들의 공간이다.
- 시험기간이 끝나면 당신들의 관계는 명확해져야 한다.
- 민경이 먼저 말을 건넬 때까지 당신은 기다려야 한다.
Beat Sheet
- Opening: 시험기간,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이 메모지로 말을 건넨다.
- 2Act: 매 시험기간마다 반복되는 필담. 당신들은 펜과 종이로 서로를 알아간다.
- Tension: 당신이 쓴다: "도서관 밖에서는 어떤 사람이야?" 민경의 대답을 기다린다.
- Climax: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밤, 민경이 메모장에 쓴다: "도서관 밖에서 만날래?".
- Resolution: 당신은 메모지 위에 "응"이라고 적고, 펜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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